알아서 찍되, 분위기 깨지는 말것!

Clip 2010. 5. 9. 07:05
[매거진 Esc] 영화촬영 막간 이용, 인상적인 순간 잡아내는 ‘스틸 사진가’의 세계

알아서 찍되, 분위기 깨지는 말것!
한겨레

» 영화 〈1724 기방 난동 사건〉촬영현장. 스틸카메라를 든 사람이 사진가 서원삼씨다.

극장에서 영화가 끝났는데도 자리를 못 떠날 때가 있다. 경쾌하거나 혹은 애잔한 음악과 함께 스크린 위에 수십 장의 사진들이 등장할 때가 그렇다. 그 사진들은 마지막까지 관객을 붙잡아 둔다. 영화 촬영현장에는 ‘영화 스틸 사진가’가 있다. 그들의 작품이다.

영화 스틸 사진가’(이하 사진가)는 움직이는 영화의 모든 것을 정지된 화면에 담는 이다. 배우들의 모습, 중요한 장면, 무대 뒤의 모습, 제작진의 궂은 일 등. 영화 촬영이 끝난 뒤에도 개봉 때까지 그들은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그들이 찍은 사진은 영화 홍보를 위해 아낌없이 사용된다. 보도자료, 극장 전단지, 책자, 포스터 등.

촬영이 끝나고 가편집된 예고편이 나오기까지 길게는 석 달, 짧게는 한 달이 걸린다. 그 기간 사진가가 찍은 웅장하고 감동적인 사진들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알리고 기대감을 심어준다. 영화 전문 마케팅 회사 ‘영화인’의 서경은(32) 팀장은 “지속적인 인지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영화 〈1724 기방 난동 사건〉의 한 장면. 5월말 개봉 예정이다.
» 영화 배우들과 친목은 사진가에게 필수다. 〈1724 기방 난동 사건〉촬영 현장.

2005년도 개봉해서 이듬해까지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왕의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사진은 한몫을 단단히 했다. 영화사 ‘이글스픽쳐스’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만 영화를 보여주는 슬라이드 쇼를 했다. 촉촉한 감동이 번졌다. 정지된 화면이 주는 묘한 긴장감과 아름다움이 영화 개봉 전부터 사람들을 끌어당긴 것이다. 이렇게 영화의 첫인상은 사진으로 결정된다. 영화사의 마케팅 부서가 실력 있는 스틸 사진가를 찾는 이유다.

과거에는 그 역할이 더 컸다. 60, 70년대 유일한 홍보 수단인 신문에서 잘 찍은 영화사진은 중요했다. 지방 극장주들은 ‘스틸북’만을 보고 영화를 선택했다. 카메라를 가진 이도 적었고 현상과 인화까지 맡았던 그들의 책임은 컸다.

2000년대 들어서는 영화시장의 팽창과 함께 좀더 세밀한 마케팅 기법들이 도입되고 있다.

그렇다면 화려한 영화현장에서 배우들과 호흡하는 ‘영화 스틸 사진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영화사는 대부분 ‘잘 찍는다’고 소문이 난 사진가를 섭외하고 편당 계약을 한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영화사마다 찾아다니는 사진가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떤 식이든 영화에 경험이 있는 이가 선택된다. <기방 난동 사건>을 찍는 사진가 서원삼(38)씨는 영화 잡지 ‘스크린’에서 7년 동안 사진기자로 일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영화 사진 서원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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