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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포트 맥쿼리 해변에 오존층 파괴라는 진실의 가시를 숨긴 햇살이 구름 사이로 쏟아져 내립니다

하늘풍경이 아름답기로는 호주가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곳이지요. 대기오염을 부르는 산업시설이 적고 남반구 특유의 강렬한 태양과 바다에 면한 대륙의 기상이 호주의 하늘을 작품으로 만드는 1등공신입니다. 그 하늘에도 아픔이 있다면 믿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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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올림픽공원의 성화대는 올림픽 후에도 꺼지지 않고 타오릅니다. 하늘을 향해 타오르는 그 불길,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호주의 햇빛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한 자외선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호주 사람들이 평생에 피부암에 걸릴 확률은 거의 50퍼센트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 탓에 호주에서는 날씨보도에서 자외선 예보가 빠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외선 강도지수가 11을 넘어갑니다. 자외선 지수가 11을 넘으면 선블럭을 바르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맨살이 노출되지 않도록 옷을 입어야 합니다. 아예 그늘에 있거나 외출을 삼가라는 정부 권유가 늘상 나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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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강한 자외선을 가진 햇살이 호주 시드니의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청명한 하늘이 알려주지 않은 진실입니다

하늘의 오존층이 파괴돼 벌어지는 일입니다. 1989년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된 이래 염화불화탄소 등 오존층 파괴물질들의 생산과 이용이 규제되고 대체물질 개발이 활발해졌지만, 이미 배출된 물질들이 파괴한 오존층의 회복에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존층 파괴물질들을 생산하고 지구 전역에서 유통시킨 산업세력의 본거지는 호주 같은 남반구의 국가들이라기보다 북반구의 산업선진국들입니다. 하늘에는 경계가 없고 경계 없이 하나로 이어진 환경은 원인자와는 다른 피해자들을 만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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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시드니의 저녁

이런 일이 비단 오존층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날이 빈발하는 기상재해를 불러온 지구적 기후변화가 또 다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지구상 모든 나라들은 국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나라들이 불러온 환경오염은 경계 없는 지구환경 전체에 영향을 주지요. 아름다운 호주의 하늘풍경이 지구인들에게 슬쩍 아픔을 내비치며 알려주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햇빛조차 가시를 품고 있고 그 가시가 우리를 상처 입히도록 키운 건 우리들입니다. 그 가시 빼줄 사람, 남국의 극적인 하늘풍경에 무심히 ‘아름답다!’ 생각한 바로 우리입니다. 

글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사진 서원삼 다큐멘터리 사진가 pajamajjm@gmail.com